반응형
청량리에서 KTX를 타고 원주 기업도시를 가야해서 서원주역에서 내렸다.
전날까지 내린 여름 폭우로 세상이 말끔하게 씻겨 나갔고
습기찬 대기가 푹푹 찌는 7월 장마철.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점점 반대방향으로 가는 느낌.
물어보니, 전날 내린 폭우로 마을을 건너는 도로가 유실되어서, 마을을 돌아가야 한다는.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주변은 논과 밭.
위치는 삼산2리.
함께 내린 동네 사람같은 노부부가 말하길, 버스 기사 점심 먹으러 가서 지금 버스 안온다고.
날은 찌고, 벌레는 시끄럽게 울고, 땀은 줄줄 흘러내리고.
카카오택시로 호출한 택시는 함흥차사.
그래도 여기 찾아 오는 게 어딘가, 감사해 하며.
저 길 앞에서 빙 둘러온 택시를 타니 기사 아저씨도 어제 비로 여기는 오지 않을 곳인데 운이 좋았다고.
마을에 택시기사 2명이 있는데 2명다 지금 지방으로 나갔다고.
밝은 여름 7월의 한 낮에 길을 잃었다는 서늘함과 무언의 공포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스릴이었다.
집도 있고 전기줄도 있고 멀리 기차와 버스와 자동차가 다니는데
지금 여기 눈 앞에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이 몸서리 쳐졌다.
갑자기 길을 놓쳤다는 공포.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무서움은 아니고,
그저 여기 혼자 있다는 것에 대한 무서움이었다.
뭉게구름이 흘러가는 7월의 여름 하늘과
푸르게 읽어가는 논
의외의 스릴을 겪은 2024년 7월의 어느 중순.
반응형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동 솥밥 - 조금솥밥 19,000원 (0) | 2024.11.26 |
---|---|
오산 해장국 - 운암회관 (0) | 2024.11.26 |
라인 스미싱 - 그냥 한국 오지마 (0) | 2024.06.09 |
명복을 빌며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0) | 2024.05.08 |
봄이 온 창경궁 - 봄꽃 맞이 (0) | 2024.03.30 |
댓글